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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가 높아질수록 말수가 줄어들게 된다. 이 말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연차가 높아지는 만큼, 나이도 먹어가고 경험도 늘어나게 된다. 그렇다면, 후배들에게 들려줄 조언도 많을 것이다. 논의가 길어지는 이슈에 대해서도 빠르게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다. 그렇게 할 수 있거나 그래야 하는 것 같은 나는, 언젠가부터 말수를 줄이기 시작했다. 새벽에 일어나 왜 그럴까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아직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담당하는 서비스에 임하는 목적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게 어떤 조직에서건 같아야 한다 생각하였다. 신입사원 교육때도 그렇게 배웠다. 최근에서야 조직상황, 회사 규모에 따라 회사에서의 개인이 가진 목적이 똑같을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집합도 없다. 나 조차도 속해 있는 조직과 회사가 나를 책임져 줄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보장'이 없다는 생각을 하니 조직에 속한 개인별 목적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걸 이해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젠 이해가 된다. 이해가 되니, 함께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을 아끼게 되었다.

개인별 상황을 이해하고, 말을 많이 하려면 그만큼 내 시간을 투자해야한다. 그 말은, 업무시간에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일에 조언을 하고 밤에 내 프로젝트를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 싫다.

조직의 분위기가 말 수를 줄이게 만든다. 말을 많이 하면 나쁜 사람이 된다. 트집쟁이가 된다. 지적질쟁이가 된다. 꼰대가 된다. 내가 이런 기분이 들지 않고 말을 하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옆에서 프로젝트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감정이입이 덜 되어서 그런 것인지 "좋은 의견을 주는" "중재를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 프로젝트에 있어서는 항상 나쁜 사람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고치기가 힘들더라. 내 프로젝트니깐 좋은 성과를 내고 싶고, 함께하는 멤버들이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이길 바라는게 당연하더라.


조직의 분위기가 그렇다.

본인이 하는 일에 무책임한 사람에게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가 없다. "고민은 되나 생각해둔 대안은 없다" "상위자의 오더라서 그냥 하는 거지 하기 싫다"와 같은 말을 하는 동료를 마주하면, 화가 날 때가 있다. 무책임하다. 그때마다 나는 팀에서의 내 롤에 대해서 고민한다. 팀의 리더 또는 리소스를 관리하는 사람들조차 말하지 않는데 내가 말하는 게 맞는가? 수평적 조직문화를 지향하는 곳에서 내가 충고를 할 필요가 있나? 내게 그런 롤을 요구하는 리더들도 있었다. 과거에는 동료들을 인생 동지로 생각하고, 요청하지 않아도 나서서 의견을 줬다. 하지만 이제는 몇 명을 제외하고는 업무적으로만 대하게 된다.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동료들에게만 나의 시간을 투자하고 희생하게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스트레스가 쌓이는 이 상황을 스스로 해결하고 싶었다. 말을 하지 않게 되는 '원인'을 나열해 보았다. 아직은 나도 내공이 부족하여, 말수를 줄이게 되는 이유들까지만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잘 해결하고 좋은 선배가 되기 위한 방법은 이제 찾아나가야 한다. 이렇게 정리를 하니, 조금은 해결의 길이 보이는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남 탓을 하는 내가 못나 보이는 느낌은 떨쳐 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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