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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의 상황이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주말에 회사에서 긴급공지가 왔다. 자율적으로 재택을 시작하라는 공지였다. 매주 목요일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고, 선택적 재택이라고 하여 1년에 10일은 본인이 원하는 날짜에 재택을 할 수 있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회사였기에 갑작스러운 재택근무가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예전에 제주에서 근무할 땐 자연재해 때문에 재택근무를 할 때가 많았고, 그때마다 준비되지 않은 재택 환경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사진과 같은 재택근무를 해보고 싶다..

1주 차
아무런 준비 없이, 장기간 재택이 시작되었다. 여기서 아무런 준비 없이란, 회사 노트북을 회사에 두고 왔다는 것. 어쩔 수 없이, 집에 있는 노트북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가정용 노트북으로 멀티 작업을 하려니깐, 업무 효율이 좋지는 않았다. 회사에서는 맥북프로와 QHD급의 듀얼 모니터로 일했는데... Notion, Slack 등으로 하는 업무는 지장이 없었으나 Axure가 필요한 업무를 효율이 최악이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도 함께 집에 있다 보니, 서재에서 나가기만 하면 퇴근한 줄 알고 놀아달라는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을 마주쳐야 했다. 이게 가장 힘들고 어려웠다.

평소에서 행아웃으로 화상 미팅을 종종 하던 편이라서 미팅을 하는 건 문제가 없었으나, 재택이 길어지면서 화상 미팅을 하기 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아무래도 여러 사람들의 말이 뒤섞이면 전달력이 떨어지니, 더 많은 문서상의 오버 커뮤니케이션이 사전에 필요했다.

2주 차
출근해버렸다. 노트북도 가지러 갈 겸... 1주 차에 일을 안 한 건 아닌데, 2주 차에 몰아치듯 2주간 해야 할 일들을 모두 해버렸다.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극소수라서 사무실도 매우 쾌적했다. 그리고 조용해서 집중도 더 잘 되었다. 1주 차에 너무 움직이지 않아서 몸이 급격하게 노쇠하는 느낌이었다. 회사의 스탠딩 데스크가 그립기도 했다.

3주 차
민감성 피부라서, 마스크를 일주일 내내 하고 다녔더니 얼굴에 여드름이 폭발했다. 말이 여드름이지... 얼굴 여기저기 동그란 패치를 붙이고 나니, 바둑판같았다. 마스크 하기 싫어서 그냥 재택 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노트북도 챙겨 왔다. 아이와는 규칙을 만들었다. 퇴근하고 저녁에 영혼을 다해 놀아주겠노라고... 어제는 아이에 농구게임을 했는데 내가 졌다. 그래서 오늘 퇴근하고 아이와 함께 근처 장난감 마트에 다녀와야 한다. (일부러 져준 게 아닌데...) 어쨌든 규칙을 따르면 얻어지는 보상이 있다는 것을 아이도 알았는지 오늘은 서재 밖으로 탈출한 나와 눈이 마주쳐도 놀아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화상 미팅은, 1주 차와 다름없이 준비에 투자되는 시간은 동일했다. 오버 커뮤니케이션도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것 같다. 많이 준비된 만큼 미팅 시간도 짧아지고, 뚜렷한 의견들을 제시하게 된다. 

자율 출퇴근을 하는 회사라서, 업무가 종료되는 시간이 모두 제각각이다. 그래서, 코어 워킹타임이 있다. 코어 워킹타임 이외에는 오피스에서는 긴급하게 논의할 게 있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짧은 티타임으로 해결되지만 재택근무는 그럴 수 없기에 아쉬웠다. 그래서 각자의 업무가 종료되는 시점에 오늘 한 업무와 내일 할 업무를 Notion 페이지와 함께 공유하자고 했다. 관심 있는 프로젝트라서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동료의 아이디어가 필요한 부분은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남기기로 했다. 이 약속이 그럭저럭 포럼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종종 스트레칭하고, 가볍게 운동을 하면서 근무하고 있다. 이대로 계속 재택근무를 하게 된다면,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이 아니라 6시간을 줄이자고 하고 싶다. 집에서 일하니깐, 8시간 가득 채워서 뇌 운동만 하는 것 같다. 집에도 스탠딩 데스크 하나 들여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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