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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를 하기전, 제 기억속에 있는 여행 이야기를 먼저 들려 드릴게요.

2006년, 독일 월드컵이 한창일때, 직접 보고 싶다는 욕심에 온갖 노력끝에 독일로 날아갔습니다. 토고와의 경기가 끝나고 프랑스 경기가 있기전까지는 3일이라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하이델베르크를 갈까? 밤 기차 타고 파리를 다녀올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뮌헨을 가기로 했죠. 머무르고 있던 프랑크프루트에서는 기차로 6시간 거리였습니다.

뮌휀으로 향하는 당일 프랑크프루트 시내 구경을 했어요. 그리고 밤 11시에 기차역으로 향하였습니다. 태어나 밤기차를 처음 타보는데, 그게 대한민국이 아닌 독일이라서 느낌이 남달랐어요. 기차를 타고 뮌헨에 도착했을때, 너무나도 큰 뮌헨 기차역에 감탄을 했죠. 도착 시간 새벽 5시...무작정 도착한 뮌헨이라 어디를 가야할지 몰랐어요. 그래서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았죠. 훗..아침 7시에 문을 열더군요. 기다리기로 했어요.....대합실에서 의자에 누워 1시간정도 잠들었을까요? 배가 너무 고파서 일어났죠. 일어나 보니 배낭여행 중인 몇몇 외국인들도 바닥에 누워서 잠자고 있었어요. 키가 크다보니 의자에서는 두다리 쭈~욱 펴고 잠자는게 불편했나봐요. 그래도 코까지 골면서 자는걸 보니 웃음이 나왔어요. 운동화를 보니...얼마나 많이 걸었던지 밑창이 다 닳아졌더군요. 코골이를 할만해 보였어요.

배가 고파 일단 기차역을 나왔어요...아침해가 뜨기전었지만, 어둡지는 않았어요...막막했죠...편의점도 안보이고...ㅠㅠ 그런데 어디선가 빵굽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어요. 전 살짝 눈을 감고...냄새를 음미했죠..ㅋㅋ 빵 굽는 냄새를 쫒아갔습니다. 도착한 베이커리...갓 구운 빵을 꺼내는 머리가 훤해 보이는 할아버지가 반갑게 맞아주시더군요. 빵 2~3개를 고르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작은 컵에 따르고 테이블에 앉았어요. 계속해서 웃던 할아버지가 머뭇거리며, 묻더군요

할아버지 : 어디에서 왔냐?
나 : 대한민국이요.
할아버지 : 오~ 대한민국? 짝짝짝!!! 필승 코리아? (이 당시 독일에서 이 대한민국 응원박수 모르는 외국인이 없었어요)
나 : 대한민국~ 짝짝짝!!! (박수치면서...)

이렇게 급친해진 할아버지와 나...그런데 계속 머뭇거리더군요...ㅎ 알고보니 영어를 잘 못하시는거예요. 사실 독일에서도 영어를 할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백화점에서 썬그라스 잃어버렸을때, 그 층에서 영어를 할줄 아는 직원이 한명도 없었던것에 놀랬거든요. 어쨌든...할아버지가 독일어로 아들에게 뭔가를 말하고 아들은 제게 영어로 말했어요.

아들 : 니가 첫 손님이다. 첫 손님으로 대한민국 사람이 와서 기쁘다 ( 가게 안쪽에 대한민국 태극기가 걸려 있었는데 그걸 가리키면서...)
나 : 어디서 구한거냐?
아들 : 예전에 대한민국 관광객이 이 시간에 와서 태극기를 주면서 빵과 커피를 공짜로 마셨다^^
나 : 100원짜리 한국돈이다. 기념으로 가져라. (나도 뭔가 기념품으로 주고 싶어서...)

할아버지가 뭐라 뭐라 독일어로 말을했다.
아들 : 빵맛이 어떠냐고 묻는다.
나 : 정말 맛있다. 태어나서 갓 구운 빵도 처음 먹어보고, 또 이렇게 맛있는 빵은 처음이다.
아들이 할아버지께 샬라샬라~ 다시 할아버지가 아들에게 샬라샬라~
아들 : 고맙다. 우리는 3대째 빵을 굽고 있다. 더 필요한건 없냐?
나 : 빵 하나 더 먹고싶다
아들 : 하나 더 골라 먹어라ㅋ (웃으면서...)

이렇게 할아버지와 아들..그리고 나는 언어가 통하지 않음에도 1시간을 웃고 떠들수 있었습니다...난 그날 손발 언어를 너무 사용해서 어깨가 아팠어요. 빵맛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상수역에 있는 파리바게뜨를 지나갑니다. 칙칙한 지하철을 빠져나와 가장 먼저 맡는 냄새가 파리바게뜨의 빵 냄새예요. 그 냄새를 맡을 때마다 뮌헨에서 맡았던 빵냄새가 기억속에서 살아나옵니다. 뮌헨에서 맡았던 빵 굽는 냄새와 맛은 코에서 절대 지워지지 않을것만 같은 향수같습니다. 인포메이션 센터를 들려 관광지도를 받고...그날 만났던 사람들이 많습니다. 길안내를 해주었던 걸스카웃 비슷한거 출신의 60대 할머니, 영국 2부리그에서 축구감독을 했다는 한 할아버지(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관광중이셨다), 유럽을 여행중이라는 20살의 브라질 아가씨...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맥주집에서 만난 열혈 폴란드 축구팬...




이 날, 저는 집나가면 개고생한다는 모광고의 카피처럼 개고생을 했습니다. 여행이라는게 이런게 아닐까요? 전날까지 호텔에서 일어나 아침으로 샐러드바에서 음식을 퍼나르고 빵조각 위에 베이컨 얹거나 치즈를 발라 먹었던 기억보다, 개고생했던 추억들이 기억에 오래 남고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 기차역사에서 바닥에 죽은 시체처럼 잠이 들기도 하고, 밤기차를 타고와 씻지도 못하고 목도 말라 기차역 샤워실에서 샤워하면서 위에서 떨어지는 물을 먹은적도 있으시죠?ㅎ
  • 화장실 갈때 내는 돈이 아까워서 오줌을 참고 숙소에 와서 볼일 보신 분도 계시죠?
  • 맥도널드에서 파는 햄버거 크기가 우리나라보다 커서 행복해하셨죠?
  • 소다수가 싫어서, 마트에서 1.5리터 Natural워터를 사재기 하신적 있죠?
  • 같은 여행자라는 이유로 10년을 알고 지낸 사이처럼 한 테이블에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같이 걸어 다닙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전화번호만 유출되도 입에 거품을 물고 소송을 걸면서 여행을 하면서 만난 여행자에게는 스스로 개인정보를 모두 까발리게 되죠^^ 다들 그런적 있으시죠? 


위처럼, 풍족하지 못하고 말이 통하지 않아 개고생했던 추억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죠? 아니라 하더라도 이런 말을 들으면 여행가고 싶어지시죠?ㅎ < 끌림 > 이라는 책은 여행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읽으면 읽을수록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책이랍니다.



끌림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이병률 (랜덤하우스코리아, 2005년)
상세보기


처음 접하는 산문집이라서 어색한 독서를 시작했어요. 여행지에서 겪었던 느낌, 만났던 사람에 대한 생각들을 너무 잘 표현한 책입니다. 무려 전세계 300여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촬영한 사진과 함께 있었던 일들을 책 한권으로 표현했습니다. 제목인 < 끌림 > 처럼... 일탈은 꿈꾸고 하찮은 존재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여행에 대한 갈증을 더해주는 책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하찮은 인간...사회적 위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모습, 그리고 그런 모습들로 주위에 포장된 또 하나의 옷을 벗어던지고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먼 타지에서 존재감 없이 살아가고 싶을때가 있습니다. 다들 한번씩 그런 생각들을 하셨을것같아요... 단돈 100만원이라도 하루 세끼 라면을 끌여 먹어도 좋으니 존재감 없이 버틸때까지 버티어 보고 싶은 마음...^^ 아는 사람 한명 없는 먼 나라의 민박집에서 방바닥이 천장이라고 느껴질만큼 늘어지게 잠도 자보고...큰 식당에 들어가 혼자 밥을 먹어보기도 하구요. 이 책은 그래요. 평생 잊지 못할만큼 지독하게 행복했던 여행의 순간 순간을 다시 끄집어 내준답니다.


답답함을 참지 못하는 분들께는 이 책을 권하지 않아요. 산문집이라서 그런건지, 작가가 길게 쓰는걸 싫어해서 인지 모르겠어요. 짧은글들이 70개가 있습니다. 1개의 글은 길어야 3페이지? 평균적으로 1페이지 안에서 이야기가 끝납니다. 짧아서 지겹지 않을수도 있으나, 이야기가 이제 시작하려는 순간 끝내버립니다..ㅎㅎ 답답해 죽습니다. 예를들면 마음에 드는 여인을 만났다 > 같이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었다 > 그녀의 향기가 좋다 > 끝....어쩌자는거요?? 그래서 그녀랑 잘 지냈소? 이 책을 쓴 분도 여행에 대한 기억들을, 한 움큼 쥐어서 손가락 사이로 스물스물 빠져나오는 감정들을 표현하고 싶었나봅니다. 자세한 여행 스토리가 아닌, 여행 그 순간에 대한 감정들을 표현했기 때문에, 이야기가 답답하게 끝날때가 많습니다ㅎ 그렇게 답답하게 끝내놓고 그 뒤 부분은 읽는이의 마음대로 생각하라는건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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