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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만 3년이 되기 전에 쓴 글인데, 부끄러워서 비공개로 했던 글이었다. 이제 발행한다.

 

데이블이라는 회사로 옮긴지 이제 만 3년이 되어 가는 것 같다. 2개월만 지나면, 3년을 가득 채우게 된다. 여기 와서는 기획에 관한 글을 많이 쓰지 못했다. 집을 짓는다고, 2년 가까이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이제는 야근도 밥먹듯이 할 정도로 정신적 여유(?)가 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집 짓고 나니 은퇴를 맞이하면 이런 기분인가 싶을 정도로... 하고 싶은 일이 없었다. 화단 가꾸고, 마당 정리하는 거 외에는... 최근에서야, 3D 프린팅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조금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어색함 한가득이다.

작년부터 회사에서는 개인에 대한 리뷰를 시작했다. 평가와 리뷰는 엄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쉽게 말하면, 평가는 결과를 바탕으로 연봉에 반영하는 것이고 리뷰는 시간이 지난 후 개인이 성장했느냐를 스스로 돌아볼 수 있게 한다. 즉 평가는 기존 업무에 대한 성적이고, 리뷰는 미래에 대한 개인의 계획 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나는 이렇게 이해하였고, 이렇게 받아들인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팀장이라는 직책에 있지만, 내 리소스가 10이라면...실무 12에 팀 매니징이 2다. (이미 4 정도 초과했다.) 실무 대비 6분의 1이 매니징. 그만큼 매니징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었다. 앞으로는 매니징과 코칭에 비중을 늘려가려 한다. 처음 여기에 왔을 때, 각각 포지션에 대한 정의나 커리어 로드맵이 없었다. 그걸 찾아주는데만 2년이 걸린 것 같다. 현재 팀원의 구성은 디자이너, 기획(광고 플랫폼&QA), 마케팅(사업개발)이다.

포지션과 롤이 명확한데 왜 없다 생각했나?
디자인,기획,마케팅이라는 포지션과 롤이 있는데 왜 없다고 생각했냐면... 간단하다. 이 회사의 주인은 경영진이지 그들의 회사가 아니다. 과거에는 직원도 회사의 주인이라 생각했다. 그 회사를 운영하고 성장시켜나가는 일원이니깐. 그런데 이전에 다녔던 회사의 합병과정에서 10년 차가 넘는 이들이 경영진을 탓하는 걸 보면서, 많은 실망을 했다. 합병 과정에서 회사가 힘이 없어 굴욕적이었는데, 그게 모든 구성원들의 책임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이들이 "내 책임"이라 생각하기보다, "책임을 묻고 싶다"라는 태도였다. 그 회사 오래 다녔던 분들인데... 안타깝고, 자존심이 상했다. 또 회사가 자신을 책임져줄 거라는 생각을 했다는 게 놀라웠다.

이해하려 노력 했다. 각자의 삶이 있고,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는 걸 이해하였다. 그리고 첫 이직을 하면서 또 이해하게 되었다.

"회사는 사람이 들어오고 나가는 곳이다" 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나그네 같은 존재이지만 평생 정착할지에 대한 이유가 있다면 정착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더 좋은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또 떠나는 것이 회사원이고 동료들이다. 그래서 "당신의 회사라 생각하고..."와 같은 말은 진실성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회사는 내가 리더이길 원한다.
개인리뷰, 리더, 강하게 말하기 등등을 나는 잘하지 못한다. 이걸 잘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잘하지 못하니깐, 나는 좋은 리더가 될 수 없다 생각했다. 그냥 오지랖 많은 좋은 선배이고 싶다.  나에게는 그런 선배들이 많았다. 나를 위해 밤에 프로젝트를 함께 해준 선배, 내 자리를 챙겨주는 선배, 내 말을 귀담아주는 선배, 술과 고기를 잘 사 주는 선배 등등. 그렇게 자신의 시간을 퍼주는 선배들이었다. 나도 그렇게 퍼주는 사람이 되려 노력했다. 근데 팀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되니, 각자에게 미션을 주고 결과를 놓고 평가하고 리뷰해야 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내가 해주는 조언이 모두 회사를 위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나는 그게 너무 맞지 않는 것 같다. 종종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게 맞지 않았고, 큰 스트레스였다. 

팀 동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게
좋은 리더는 포기했다. 그냥 나는 팀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걸 고민했고, 회사를 위한 성장이 아닌 개인 브랜딩을 쌓을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걸 선택했다. 그들이 열심히 할 수 있고, 잘하고 싶어 하는 걸 하게 해 줘야겠더라. 그럼 그들도 성장하고, 나도 성장하는 그들을 지원하는 게 즐거울 것 같았다. (실제로 그들이 성장하는 걸 돕고, 지켜보는 게 즐거웠다)

올해 말, 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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